멍청해지기 전에 읽는 뇌과학 - 이인아 저 (독후감)
멍청해지기 전에 읽는 뇌과학 - 이인아 저 (독후감)
신경가소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뇌가 무엇을 경험하는가 / 그리고 그 경험을 다시 활용해보는 과정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학습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의 뇌의 학습의 원리와 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한 책이다. 학술서적처럼 엄밀한 용어를 쓰지 않고도 대중적인 용어로 뇌과학을 잘 전달한 책으로 보인다. 특히 뇌의 부위 중에서도 해마를 위주로 서술하고 있고 이인아 교수는 해마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해마는 뇌에서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순차적으로 벌어진 일을 기억하는 데 기여하는 영역 중 가장 중요하다. 또한 스토리를 만들 때, 일화를 구성할 때 해마가 사용된다. 또한 상상을 통한 시뮬레이션할 때에도 해마가 주요하게 사용되며 길찾기를 할 때에도 사용된다. 물론 뇌는 다른 영역과도 연관이 커서 온전히 해마만 사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다양한 영역과 상호작용하며 사용된다.
젊어서 공부해야 하고 늙으면 공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 책은 늙어서도 젊은 사람 수준의 인지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예시를 보여준다. 우리가 관찰하는 사실은 젊은 사람들의 인지 능력의 분산이 크지 않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인지 능력의 분산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것은 젊을 때부터 늙을 때까지 어떻게 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요소이다.
물론 모국어 언어나 일부 감각 기능처럼 어린 시기에 훨씬 쉽게 형성되는 것들이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같은 수준으로 자동화되기 더 어렵고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아니라 어떤 학문을 공부하는 경우에 뇌를 어떻게 사용하고 공부하는지에 따라 나이 들어서 더 공부를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도 어렸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공부를 잘한다고 느낀다. 역학 / 통계 / 수학 등 어떤 개념을 공부할 때 이해 속도가 빠르고, 내가 처음에 이해한 개념이 정말 말이 되는 개념 (제대로 익히고 있는지)인지 메타인지 능력 역시 올라가서 학습할 때에도 잘 활용하고 있다.
변화를 위해서는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과제를 잘하고 싶어하는 의욕이 필요하다. 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내가 진정 원하고 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근데 그러한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것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자주 보고,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새롭게 나온 물건을 써봐야 한다고 한다.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었는데, ‘환경 속으로 자신을 던지면 뇌는 알아서 호기심의 수준을 그 환경에 맞게 조정’한다. 분열분석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배치를 바꾸면 사람의 코드가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머릿속으로 이렇게 해야지 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 상황에서 가능한 배치(환경)를 조금씩 바꾸면 행동이 변하게 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곰곰이 감상하고, 무슨 의미인지 스스로 스토리를 짜보는 것도 해마 발달에 좋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미래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뮬레이션하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적응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어떤 학습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곧 다시 활용해서 움직임을 만들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뇌가 훨씬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학습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수동적으로 공부만 하는 경우보다 문제를 풀거나 연구를 해야 하는 경우에 공부가 더 잘 되었다. 특히, 관련 이론을 공부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발표하고 글로 정리할 때 이해가 훨씬 잘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구조화 능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뇌의 발달에 좋다고 한다. 특히 그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면 뇌의 기능 증진에 좋다고 한다. 그리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는데 뇌로 들어오는 입력을 차단하고 뇌를 느슨하게 풀어주어 ‘뇌만의 시간’을 가질 때 더 활성화된다. 나에게 일어난 일회성 사건을 잘 기억하게 되고 상상력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사회적 인지가 좋아지고 자기 성찰이 더 잘 된다고 한다. 그리고 절차적 학습 (습관이 되고 반복적인 작업)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줄 수도 있다고 한다.
예전에 어디서 읽었는데 수학자 가우스가 반복 행정작업이 본인의 연구를 방해한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근데 어떤 학자들은 가우스가 그런 행정작업이 어느정도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를 잘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것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맞는지 틀린지 알 수는 없지만, 연구와 같이 고강도 작업 (서술적 학습)만 반복하면 금방 번아웃이 온다고 한다. 서술적 학습 (혹은 행동)과 절차적 학습 (혹은 행동)을 번갈아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나도 반복되는 행정작업 / 코딩 작업을 싫어했는데 나를 어느정도 쉬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해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네이버지도를 켜놓고 길은 잘 찾지만 지도 없이 여기가 어디인가를 파악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데 세미나 시간에 방금 전까지 어떤 내용을 하고 있었는지는 잘 파악한다. 이 두 가지 사건에 사용되는 영역이 해마로 동일하다고 하는 데 아마도 내가 주변을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의 위치가 목적지 / 또는 주변 건물로부터 상대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최단거리로 어떤 것을 활용할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에는 네이버 지도를 활용하되 주변을 잘 살펴보고 우회전/좌회전 등을 해야할 때 어떤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할지 등을 시뮬레이션해보면서 움직여봐야겠다. 그러면 길치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도파민과 숏폼에 대한 이야기, 수녀 연구에 대한 이야기, 런던 운전기사 이야기,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례와 뇌를 발달시키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제시된다. 내가 해볼 만한 것은 나의 경험을 독특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글을 써보는 것이다. 또한 풍부하게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결정해보고, 음악이나 미술작품을 볼 때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작업에 대해서 큰 의미를 찾지 말고 단순하게 작업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습관이 되고 규칙이 되고 내가 전문가가 될 것이다.